춘천에서 2년을 거주하며 무슨 일만 있다 싶으면 닭갈비를 먹었던 저는 "춘천 닭갈비는 어딜 가든 평균 이상은 한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어딜 가셔도 서울에서 먹는 닭갈비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맛의 상향 평준화가 잘 된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춘천여행을 앞두고 닭갈비집은 사전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춘천여행의 주목적 중 하나는 "춘천 감자밭"이었기 때문에 동선 확인차 춘천 감자밭이 있는 소양강댐 근처에 닭갈비집이 모여 있는 것만 미리 확인을 해두었습니다. 그리고 ITX 청춘열차를 타고 춘천역에 도착해서 택시에 타서도 목적지를 "소양강댐"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소양강댐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야 핸드폰으로 닭갈비집을 검색해 보았고, 선택이 어려웠던 저는 택시 기사님께 "소양강댐 근처 닭갈비집 추천해 주실 수 있는지"를 여쭤보았습니다. 택시 기사님은 선뜻, "통나무집 닭갈비"를 추천해 주셨고, 자연스레 저를 통나무집 닭갈비 주차장에 내려주셨습니다.
철판 닭갈비
vs.
숯불 닭갈비
저는 개인적으로 "철판" 닭갈비를 선호합니다. 철판 닭갈비는 숯불 닭갈비와 비교했을 때 적당히 기름을 먹어서 더 촉촉하고 쫄깃쫄깃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닭갈비 볶음밥은 숯불 닭갈비집에서는 못 먹는 거! 아시죠? 닭갈비를 먹었는데 닭갈비 볶음밥은 못 먹었다? 볶음밥이 소울푸드인 제 사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춘천 통나무집 닭갈비는 소양강댐 근처 거리에만 총 3개 지점이 있습니다. 이미 여기에서 맛집 인증이 끝났다는 걸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1호점과 3호점에서는 철판 닭갈비, 2호점에서는 숯불 닭갈비를 취급하고 있고, 철판 닭갈비를 외친 저는 본점인 1호점으로 향했습니다. 각 지점 별로 먹을 수 있는 닭갈비가 다르니 반드시 지점을 미리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춘천 통나무집 닭갈비 본점 웨이팅
춘천 통나무집 닭갈비 본점은 별관에, 2층까지 있을 만큼 규모가 정말 큽니다. 그런데도 평일에 연차를 내고, 그것도 점심시간 피크는 지나서 방문했다고 생각했는데 주차장은 만차에, 넓디넓은 본점 매장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평일 기준 오후 1~2시까지도 웨이팅이 있다고 생각하고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닭갈비(250g) 12,000원
각설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닭갈비 후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닭갈비 소스
입에 넣는 순간 소스의 맛이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맵지는 않으나 적당히 혀를 찌르는 동시에 자극적이거나 인위적이지 않고, 소스의 양이 모자라거나 넘침이 없어 전체적으로 맛이 아주 조화로웠습니다. 춘천 닭갈비는 소스 맛이 다 비슷하게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통나무집 닭갈비는 다른 닭갈비집과는 뭔가 다른 감칠맛이 추가가 된 것 같았습니다.
닭갈비 구성과 퀄리티
닭갈비 크기가 큼직큼직하여 성인을 기준으로 먹기 좋은 크기이고, 닭 껍질 같은 잡부위가 없어 젓가락이 닿는 족족 맛이며 식감이 좋았습니다. 닭갈비와 채소의 비중이 적절한 것도 만족도를 높이는 데 한몫을 했습니다. 닭갈비를 포함해서 상추, 깻잎 같은 채소들까지 상당히 깨끗하고 신선했는데, 위생 관리도 철저히 하시는 것 같고 무엇보다 회전율이 높아서 신선도가 떨어질려야 떨어질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닭갈비 조리 실력
어느 고기나 그렇겠지만 닭갈비 조리 실력은 닭갈비 맛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칩니다. 춘천 시내에서 닭갈비 좀 드셔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보통 춘천 닭갈비집에서 닭갈비를 볶아주시는 분들은 손목이 아프신 어머님들이나 외국인 교환학생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힘이 부족하거나 요령이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또 보통 춘천여행을 가시면 닭갈비집 맛집을 찾아가시잖아요? 맛집이라고 소문난 집을 식사시간에 방문하면 직원분들이 정신이 없어서 닭갈비를 볶는 타이밍을 놓치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춘천 통나무집 닭갈비는 젊은 남자 직원분들이 많이 계시고, 다른 닭갈비집들과는 다르게 직원분들이 각자가 담당하는 테이블만 보는 형태가 아니라, 누구든 케어해줘야 하는 테이블이 눈에 띄는 족족 다가와서 닭갈비를 뒤적여주시기 때문에 닭갈비 볶는 타이밍을 놓칠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친절하게 "떡이랑 채소 먼저 드세요", "이제 드셔도 돼요" 다 알려주셔서 가장 맛있는 상태의 닭갈비를 입에 넣을 수 있습니다. 손님들이 끊이질 않고 힘드실만도 한데 다들 친절하신 것도 조리 실력만큼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닭갈비 볶음밥 3,000원
이제 애피타이저로 닭갈비를 먹었으니, 닭갈비 볶음밥을 먹을 차례입니다. 미리 남겨둔 닭갈비에 밥을 볶는 게 아니라, 주방에서 양념을 한 밥을 볶기 때문에 볶음밥을 위해 일부러 닭갈비를 남겨두실 필요는 없습니다. 닭갈비 볶음밥도 어찌나 잘 볶아주시는지, 일품 소스의 맛과 겉은 꼬들꼬들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더해져 배가 부른데도 자꾸 손이 갔습니다.
막국수 7,000원
참고로 저는 2년 동안 춘천에서 거주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춘천 막국수"가 맛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왜 "춘천 막국수"가 유명한지 이해할 수가 없었고, 저에게 있어 막국수는 분당에 있는 장원막국수의 들기름 막국수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통나무집 닭갈비에서 지인이 주문한 막국수를 맛보는 순간, 배가 터질만큼 부른데도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닭갈비 소스처럼 자극적이거나 인위적이지 않으면서 감칠맛이 도는 국물은 시원하고, 면은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메밀면에, 들기름 향이 감도는 저 막국수 하나만 보고도 저는 춘천여행을 계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총평 : 재방문 의사?
저는 이미 재방문을 했습니다. 이걸로 다른 말은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하리만큼 발걸음이 향하질 않던 춘천이었는데, 3월에 한 번, 4월에 한 번, 결과적으로 두 달 연속으로 통나무집 닭갈비를 찾았네요. 택배로도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말씀드렸다시피 조리 실력도 맛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지라 택배 주문을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후회도 없고, 앞으로도 이 집 닭갈비를 먹기 위해 춘천에 올 명분을 만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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