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 평양냉면
5년 전 여름,
연남동의 련남면옥에서
평양냉면을 처음 접해보았습니다.
(찾아보니 지금은 없어진 모양이네요)
조개육수를 톡톡 뿌린
평양냉면은
듣던 대로 슴슴~했지만
자꾸 생각이 나고
당기는 맛이었어요.
5년 동안 마땅한 기회가 없어
평양냉면을 먹지 못하고 있다가
가을 공기 선선한 어느 날
올림픽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봉피양 방이점을 찾았습니다.
봉피양 방이점
선정 이유
봉피양 방이점은
올림픽공원 근처
(올림픽공원역 ~ 방이역)
평양냉면집 중
평점이 약 4.4점으로 가장 높고,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에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후기들도 많이 찾아봤는데
원래 평양냉면을 좋아하던 분들도,
평양냉면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과거 맛없는 평양냉면을 맛보곤
기대 없이 방문한 분들도
모두 칭찬 일색이었어요.
그래서 의심의 여지 없이
기대를 잔뜩 안고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눈으로 확인한 인기
일요일 오후 5시에
봉피양 방이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일단 건물이 본관, 별관, 신관,
3채가 있었고
일요일 오후 5시인데
3채의 건물을 합해서
웨이팅이 7~8팀 정도가 있었어요.
기대가 더 올라가는 대목이
아닐 수가 없었죠.
본관 앞의 세 대의 태블릿을 확인 후
원하는 건물에 웨이팅을 걸 수 있었어요.
저는 웨이팅이 2팀으로 가장 적었던
신관 건물에 웨이팅을 걸었습니다.
다행히 5분도 채 걸리지 않아서
거의 곧바로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어요.
가장 최근에 지어진 신관은
쾌적하고 깨끗했습니다.
곁들임 메뉴 필수!
고민 고민...
평양냉면 먹으러 왔으니
봉피양 평양냉면(15,000원) 주문!
좀 더 쫄깃한 면을 먹고 싶다면
2,000원 추가하고
순면(메밀 100%)으로 변경하라는
후기를 봤는데,
처음 왔으니 오리지널로 먹고 싶어서
평양냉면을 주문했어요.
차가운 평양냉면과 함께 할
따뜻한 곁들임 메뉴가
다 맛있을 것 같아서
고민이 됐어요.
치열한 고민 끝에
벽제개성만두(12,000원) 주문!
봉피양 평양냉면이
다른 평양냉면집과 비교했을 때
가격대가 있는 편이라고 해요.
벽제개성만두 후기 먼저!
주먹 보다 조금 작은
만두가 6알 나왔습니다.
보기만 해도 찰기가 느껴지는 것이,
감자만두 생각이 났어요.
한 알에 2,000원 하는
봉피양 벽제개성만두.
한 입, 한 입,
집중해서 먹었습니다.
먼저 만두피에 대해서
말을 해보자면,
보기에는 찰기가 잔뜩 느껴졌는데,
한 입 베어 물었을 때는
만두피가 얇고
적당히 쫄깃해서
젓가락이나 입에 달라붙거나
베어 먹기 힘들지 않았습니다.
사진이 맛없게 찍혔네요.
얇고 쫄깃한 만두피를 베어 물면
따뜻하고 고소하고 담백한
육즙이 입안을 적셔와요.
분명히 육즙이 많아서
촉촉하다고 느껴지는데,
샤오롱바오 같은 그런
대놓고 물이 주르륵 흐르는
그런 육즙은 아니고,
육즙이 고여있거나 흐르지는 않는데
입안이 굉장히 촉촉해지는,
그런 정도의 육즙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육즙이 많은 만두를 좋아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만두 속도 고기와 야채의 밸런스가
아주 적절해서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어요!
이런 황금비를 어떻게 찾으셨지?
만두는 따로 포장하고 싶을 만큼
맛있었어요.
5년 만에 먹은
평양냉면의 맛은?
메밀면 위로 수육 몇 점과
물김치와 계란 고명이
소복이 올라가 있어요.
먼저 국물을 떠먹어 봤는데
음...
원래 이런 맛이었나?
메밀향이 섞여서 그런가?
슴슴한 맛인 건 알았는데
뭐랄까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난감한 맛.
나무껍질을 우려낸 느낌이었어요.
면은 메밀면답게 똑똑 끊어져서
함흥냉면의 쫀득한 식감은 없었고,
모르겠습니다.
면을 먹는데도 계속 난감한 맛이었는데,
그나마 물김치를 하나씩 입에 넣어주니
먹을 만했어요.
다른 후기를 보면
기본 찬으로 물김치가 나오는 것 같았는데
제가 방문했을 때는
기본 찬으로 무만 나왔어요.
물김치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냉면 안에 들어가 있는
수육은 얇고 촉촉하고 맛있어서
다음에 봉피양에 또 온다면
그때는 평양냉면이 아니라
고기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봉피양 평양냉면 2그릇을 주문했더니
편육 4점이 같이 나왔어요.
개인적으로 초고추장 없이 먹는
편육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편육이 부드럽고 맛있었어요.
역시 봉피양은
고기 먹으러 오는 걸로.
슴슴한 평양냉면과 함께 먹었더니
조금 느끼해서
만두 찍어 먹으라고 나온
간장에 찍어 먹었어요.
안타까운 마음...
저는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간간이 평양냉면이
생각나길래
제가 평양냉면 맛을 아는,
평양냉면 먹을 줄 아는
그런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너도나도 맛있다는
봉피양 평양냉면을 먹고
실망이 큰 걸 보니
아무래도 제가 평양냉면 맛을 모르는,
평양냉면 먹을 줄 모르는 사람인가 봐요...
절대 봉피양이 맛이 없는 게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 후기들과
3채의 건물과 웨이팅이
그걸 증명해 주는 것 아니겠어요?
그냥 제가 앞으로는
평양냉면에 섣불리 도전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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