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85
공인중개사 시험 공부 한 달차,
어디쯤 왔나?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한 지 오늘로 딱 한 달이 되었다. 한 달 중 나 스스로 만족스럽게 공부한 날은 절반이나 될까 싶지만, 고작 한 달 했다고 요즘 조금 지치기도 하고 자꾸 쳐지는 것 같다. 한 달 동안 무엇을 했고 또 앞으로 갈 길이 어떠한지 스스로 인지할 필요성을 느꼈다.
4월까지 1차 과목 개념 강의를 1회독하고 5월부터 6월까지 1~2차 과목 핵심요약 강의를 완강하는 것이 목표이다. 결과적으로는 계획 대로 강의를 수강했으나 개념 강의가 당초 예정되어 있던 강의 수보다 최근 25강 정도 늘어나버려서 현재까지의 추세라면 일주일이 채 남지 않은 이번 달에 1차 과목 개념 강의를 다 끝낼 수는 없을 것 같다. 아쉽지만 계획했던 대로 강의를 수강했다는 점에서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문제는 수강한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와 있지는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원래의 계획은 개념 강의를 들으면서 복습도 같이 병행하며 개념을 내 것으로 만드는 거였는데. 퇴근하고 공부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공인중개사 시험공부에 집중하겠다고 필라테스도 안 하고, 영어 회화 연습도 안 하고 있는데 현재 상태가 영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럴 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리고 그 사람이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라는 게 제일 힘이 된다. 막막하지만 함께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내가 더 힘을 내야지.
번아웃
퇴사하고 싶은 마음, 쉬고 싶은 마음
2020년 2월, 이런저런 요인들로 번아웃이 왔었다. 번아웃에 심각한 우울증이 나를 덮쳐와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한 적 없었던, '살면 안 될 것 같은 충동'을 여러 번 느꼈다. 공황장애 증상도 심각해져서 한 달에 한두 번꼴로 지하철에서 과호흡으로 기절을 하고 구토를 했다. 그런데도 시체처럼 출근을 했다. 그렇게 살아있으니까, 숨이 쉬어지니까 어쩔 수 없이 1년이나 살아버렸고, 2021년 3월이 돼서야 지옥에 발을 담그고 있느라 망가진 몸과 마음을 다독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문제될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지옥에 비하면 세상은 살 만했으니까. 아니, 오히려 살기 굉장히 좋은 곳이었으니까. 그런데 쉼의 시간 없이 지옥이었던 곳에 여전히 머무르고 있는 것이 문제였나보다.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아닌 것 같은데도 나는 이렇게나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왜 이 모든 걸 내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왜 내가 다 해야 해? 왜 나만? 어째서 본인들은 여전히 보살핌 받아야 하는 아기라고 생각하는 걸까? 왜 그렇지? 나는 보살핌 받아 본 기억도 까마득한데? 왜 이런 나에게? 팀원들에 대한 실망과 원망이 그들과 함께 일하기 싫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이렇게나 애를 쓰고 있는데 이런 나를 미워하고 원망할 생각을 하니 그것 또한 스트레스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 팀원들한테 미움받고 싶지는 않다. 알았다. 내가 기대하는 게 문제다.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면 실망하지도 속이 상하지도 않았을 텐데. 사람한테 기대해서 좋을 게 없는데. 누구도 내게 이렇게까지 애를 쓰라고 강요한 적 없는데 내가 잘하고 싶어서, 내 욕심에 애를 써놓고, '나는 이렇게 애쓰는데 너는 왜 그래?' 하는 건 분명 내 잘못이 맞다. 팀원들로 하여금 잘하고 싶게 하고, 욕심 갖게 만드는 건 회사가 할 일이지, 내 일이 아니다. 내가 잘하라고, 나만큼 욕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니다. 알면서 그런다, 나.
이렇게 내 탓을 하고 있는데 내가 존경하고, 또 한 편으로는 인간적인 애틋함을 가지고 있는 이사님께서 다가오셔서 내 안부를 물으신다. 이런 부분들이 힘들다고 말씀드리니, 본인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다고, 그래서 힘들었는데 그때 본인의 사수에게 답을 구했더니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답을 주셨다고 하셨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몇 마디의 진심 어린 공감과 위로에 나는 이렇게 금세 훌훌 털고 일어난다. 나는 이렇게나 다루기 쉬운 사람인데 왜 회사는 이런 나를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할까? 이 이사님과는 평생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살고 싶다.
한 고비, 다시 한 고비
한 번 크게 넘어져서 일어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또 잘 일어나버렸다. 이런 내가 대견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한 편, 최근 읽은 책의 구절이 머리에 맴돈다. 내가 나를 잔인하게 대하기 때문에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용인하는 일이 쉽다고. 나 자신을 연약한 어린아이 대하듯, 더 세심하게 보살피고 스스로 관용을 베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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