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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여우가 하는 일

[2022일기] 공인중개사 시험 공부를 시작하다.

by 새끼여우W 2022.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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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슬럼프에서 나를 꺼내줄 구멍

파이팅 넘치게 새해를 맞이한 지 두 달쯤 됐을까? 슬럼프에 빠졌었다. 뭘 해도 재미가 없고 뭘 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늘어지고만 싶은데 동시에 그렇게 늘어지는 내 모습이 미치도록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래서 기존에 해오던 일들의 방식을 바꾸어보기도 하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려고도 하고, 푹 쉬어도 봤지만 크게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자괴감이 나를 집어삼켜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악순환에 갇혔다는 생각이 들 때쯤, 국가공인자격증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저런 이유로 썩 마음에 깊게 들어오는 자격증이 없었는데 남자친구가 공부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관심이 생겼다.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은 나와는 맞지 않는 일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남자친구가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를 하는 걸 보면서도 딱히 관심을 갖지 않았었는데 문득 상상을 해보게 됐다. 집 사진을 사실적으로, 그러나 예쁘게 찍고, 해당 집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피를 기획해서 중개 플랫폼에 업로드를 한다. 여기서부터 벌써 재미있게 느껴졌다. 내가 업로드한 사진과 글을 보고 연락을 해오는 사람들을 만나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는지, 현재 상황은 어떤지 꼼꼼히 들은 후 가장 적합한 집을 보여주고 계약을 성사시킨다. 사람 좋아하는 나는 마음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광고 기획 일과 크게 다르지도 않잖아?

 

불안정한 수입과 스케줄이 제일 마음에 걸렸는데, 괜찮았다. 자격을 취득했다고 해서 바로 현업에 뛰어들 생각은 없었으니까. 게다가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면... 불안정 속에서도 안정과 재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상상을 마치고 나자 갑자기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2. 다시 찾은 활기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나니까 퇴근 후 책상 앞에 앉아 강의를 듣고, 필기를 하고, 복습을 하는 그 시간들이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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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대학교 3학년 때였나 여름방학 때 이전에 해오던 대외활동, 동호회 활동, 아르바이트, 자격증 공부 등을 모두 그만두고 토익 공부만 하면서 행복해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당시에 옛 어른들이 '공부만 해도 될 때가 행복한 거'라고 하시던 말씀을 십 분 공감했었는데 지금이 마치 그런 기분이다. 신경 쓰고 챙겨야 할 게 많다가 집중할 대상이 한 가지로 좁혀지니까 머리가 환기가 되는 기분이고 마음이 가볍다.

 

문득, 나 너무 나 자신을 향해 무섭게 채찍질을 해오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내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3. 늦은 스타트, 떨어지는 체력

대부분의 공인중개사 수험생들은 빠르면 작년 11월, 늦어도 올해 1월부터는 시험공부를 시작한다고 한다. 3월 중순부터 공부를 시작한 나는 스타트가 많이 늦어서 들어야 할 강의가 산더미인데다 직장 생활까지 병행을 하려니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라 마음이 더 조급하다. 평일에는 하루에 2강씩만 수업을 듣자고 다짐하고 연간 계획을 세워봐도 시간이 부족했는데, 퇴근 후 강의 2강을 듣고 강의 내용을 정리하면 새벽 2~4시가 됐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한 지 3일차에는 앞으로 남은 7개월 동안 계속 이렇게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고, 4일차에는 체력이 달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즐거우려고, 게임하듯이 시작한 공부였는데 힘든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하니 이게 맞는 길인지 고민이 됐다. 게다가 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글을 쓰거나 영어 회화 연습을 하거나 필라테스를 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7개월씩이나 영어를 놔야한다니? 

 

결국 올해는 1차 시험에만 응시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정해둔 방향을 향해 나아가다가, 목표를 재설정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일. 즐겁다. 비록 수험생활은 길어지겠지만 "수험생활"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취미생활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수험생활은 너무 회색빛이니까. 내 인생은 여전히 노란빛으로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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