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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여우가 하는 일

[2022일기] 딜레마에 관하여

by 새끼여우W 2022.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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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3일 목요일
2022년 3월 3일 목요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삶"을 선택한다는 것 또한 선택이니 산다는 것은 그야말로 선택의 연속인 셈이다. 나처럼 선택 앞에 생각이 많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을 신속하게 내리지 못하는, 즉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늘 딜레마가 따라다닌다. 끊임없는 딜레마에 시달리다가 그중 몇 가지를 글로 쓰며 정리하려고 한다.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딜레마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딜레마를 불러일으키는, 나의 끊임없이 돌아가는 "생각의 굴레"의 원인을 생각해보았다. 얄밉게도 나는 완벽주의에 손해 보기를 싫어하는 성격이다. 타고나기를 적당히 잘하고 적당히 손해 보며 살 수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나는 타고나기를 뭐든지 다 잘하고 싶어하고 손해 보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잘하지 못하는 것은 한 발자국 떼기도 어렵고, 손해를 본 것 같이 느껴지면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여 받을 수 있는데 놓치는 혜택이 없도록 무엇 하나 한 번에 구매하질 못하고 최저가나 카드 할인 혜택 등을 검색하고 또 검색한다.

 

한 마디로 아주 피곤한 성향인데, 나라고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건 아니다. 누구보다 덤덤하고 물 흐르듯이, 가끔은 대책 없이도 살고 싶은 건 나 자신이다. 무던해지려 노력이야 하고 있지만, 노력으로 완벽하게 바뀔 수 있는 부분은 아닌지라 나는 이런 나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살기로 선택했다. 이왕 이런 기질을 타고난 것, 기질이 발동했을 때 스트레스라도 덜 받자, "바꿀 수 있는 건 내 기분밖에 없다"는 내 가치관 중 하나를 인용해서.

 

성향이 이렇다 보니 하다못해 저녁 메뉴 하나를 결정할 때도 머릿속으로 온갖 시뮬레이션을 다 돌려서 가장 완벽하고 손해가 없는 선택을 하고 싶어 한다. 이런 성향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분석한 데이터로부터 인사이트를 도출하여 다음 캠페인을 기획하는 나에게 직업적으로는 매우 적합한 것 같다. 직업 선택을 잘했다고 볼 수 있는 건가? 

 

요즘의 딜레마 하나,

티스토리 글감이다. 나는 내 생각과 경험을 글로 옮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올해 목표 중 하나로 글 쓰는 습관을 들여서 새해의 소중한 생각과 경험들을 간직하고 싶었고, 기왕 글을 쓰는 것 수익도 함께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월까지 애드센스 승인을 받아서 3월부터는 수익 창출을 하고 싶었는데, 벌써 여섯 번째 애드센스 승인 반려 통보를 받았다. 처음 한두 번의 반려를 받았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반려가 거듭될수록 의지도 약해지고, 무엇보다 내가 쓰고 싶은 내용과 유저들이 찾는 내용 간의 간극이 있다 보니 여기에서 딜레마가 온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내 생각과 경험인데, 유저들이 찾는 글은 정보이기 때문이다. 쓰고 싶은 글을 쓰면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쓰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뿐더러 글 쓰는 것이 즐거운데, 정보성 글을 쓰면 글감을 선택하는 것부터 일이 되고 글의 구성을 잡고 키워드를 잡아 글을 쓰는데도 쓰고 싶은 글을 쓸 때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지만 유저들이 특정 키워드를 검색해서 내 블로그를 찾아오는 것을 유입통계에서 확인하면 확실히 뿌듯함이 있다. 글감의 밸런스를 적당히 잡으면 좋을 텐데 현재는 애드센스 승인 반려가 거듭되고 있는 터라 마음도 조급하고 욕심도 나서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글을 쓰지 못하고 하루를 넘기는 일이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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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딜레마 둘,

Stay or Leave.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계속 다닐지, 아니면 이직을 할지의 고민을 벌써 1년째 하고 있다. 이 고민을 끝내고 싶어서 생전 안 가본 점집도 다녀왔는데 점집에서 "웬만하면 그냥 다니지그래? 정 옮기고 싶으면 올해 말에 옮겨." 같은 말을 듣는 바람에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점집에서 들은 대로 재직 중인 직장을 계속 다니다가 올해 말에 이직을 하면 될 것을 나는 무엇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 익숙한 방식으로만 일을 하고, 클라이언트의 입맛대로 일을 하는 데서 오는 점점 정체되고 있는 느낌이 싫어서 고민이 끝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익숙하던 방식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싶지만, 그게 자의로 쉽지도 않을뿐더러, 내가 하는 일이란 것이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여러 유관 부서가 얽혀 있기 때문에 당장 일하는 방식을 바꾸려면 팀원들도 설득해야 하고 유관 부서원들 설득도 불가피하다. 설득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 과정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이 되니 선뜻 실행하기가 어렵다. 내가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상사가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이 회사에는 내가 리더라고 생각하는 상사가 부재한다. 결국 정체되는 느낌을 지우려면 스스로 공부하고, 혼자 별도 프로젝트를 만들어 실행하는 일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나의 소중한 퇴근 이후 시간을 온전히 업무 역량 개발에 써야 하고 나는 그게 싫어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외국에 나가서 한 번 살아보겠다는 버킷리스트도 스무 살 이후로 지금까지 여전히 남아있는 딜레마다. 이 딜레마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 발걸음을 떼기 전까지는 간접적으로도 절대 알 수 없는 영역이고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거라면 한 살이라도 젊고 하나라도 가진 게 없을 때 실행했었어야 하는데 조금의 손해나 위험도 감수하고 싶지 않아 미적거리다가 결국 한국에서 20대를 통으로 보내게 돼버렸다. 참 착잡한 딜레마다.

 

요즘의 딜레마 셋,

코로나19 3차 백신 접종 여부이다. 나는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2차까지 접종받았고, 2차 접종 때 이러다 죽겠다 싶을 정도로 많이 아팠다. 먼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고열에 시달렸는데 1차 때와는 달리 해열제가 들지 않았고 잠도 오지 않아서 만 24시간을 꼬박 고통을 느껴야 했다. 마치 지옥 불구덩이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두통도 심해 머리가 깨질 것 같았고, 팔의 근육통은 체감 상 1차 때의 3배 정도로, 근육이완제도 들지 않았고 접종부위가 붓고 너무 아파서 정자세로 누워있을 수조차 없어 접종부위가 아예 조금도 바닥에 닿지 않게 누워야 했다. 나는 내가 엄살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렇게 정확히 72시간을 끙끙 앓은 뒤에야 일상생활이 가능해졌으니 3차 백신 접종이 너무 두렵다. 게다가 주변에 백신 접종을 3차까지 마친 건강했던 지인들이 줄줄이 코로나19에 확진되는 모습을 보니 더욱더 백신은 2차까지 접종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백신 접종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이유는 "방역패스" 때문인데, 이게 없으면 카페도 식당도 어디에도 갈 수가 없으니 먹고 살기 위해서는 바이러스를 피해 다니며 매일 출퇴근을 하고 미팅을 하는 나로서는 참 곤란하다. 현재는 방역패스가 잠정 중단되었지만 언제 또 부활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계속해서 백신 접종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그래서

산적해있는 딜레마들을 글로 풀어놓고 보니 내게 필요한 것은 "실행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실행을 못할 것 같으면 빠르게 잊는 것도 능력인데 나는 둘 다 부족하니 딜레마가 없어지지는 않고 새로 생기기만 하고 있다. 이걸 아는 데도 내 스스로 딜레마를 손에 쥐고 있는 것 같아 참 답답하다. 덤덤하고 무던한 성격, 부럽다. 부럽다못해 질투가 난다. 지금의 내 성격이 분명 장점으로 작용할 때도 많고 나는 내가 정말 좋지만 올해는 조금 덜 예민하고 더 무던해지려고 노력을 해보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소중한 내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어떻게 하면 조금 덜 예민하고 더 무던해질 수 있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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