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중한 친구,
내 정신적 지주,
내 롤모델,
그녀가 한국에 왔다.
2년 전 여름이 마지막 기억인데,
물론 그사이 거의 매일 연락을 주고받고
밤을 새운 통화도 간간이 했지만
이 친구의 여정에 내가 옆에 있어 주지 못했고
나의 여정도 이 친구가 바로 옆에서 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항상 그립고 애틋하고 안타까웠다.
2년 만에 보는 나의 친구는
여전히 키가 크고, 섹시하고, 멋있었다.
바로 옆에서 이 친구 특유의 직설적이고 유머러스한 화법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대화를 하다가도 내 눈앞에 이 친구가 있다는 게 좋아서 울컥했고,
친구는 특유의 그 바이브로 나를 진정시켰다.
가볍게 던진 말인 것 같긴 하지만
한국에서 잡을 구할 생각도 해본 것 같은 친구의 말에
덥석, 한국에서 같이 살자고 했다.
나 너무 조급해보였으려나?
이 친구가 한국에서 살아만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보다 더 든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구체화된 계획은 아니겠지.
괜히 희망을 가졌다가 실망하고 싶지 않아 애써 희망을 꾹꾹 묻는다.
코로나가 미운 점은
내가 자유롭게 밖에 나갈 수 없다는 것도 있지만
내 친구들이 한국에 자유롭게 오지 못한다는 것.
어떻게 만난 친구인데 코로나 때문에 10시면 갈 곳이 없어 아쉽지만 이별을 택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반의 반의반도 못 했고
듣고 싶은 이야기 역시 반의 반의 반의반도 못 들었다.
이 친구를 만나고 오면 으레 그렇듯,
나는 마음이 따뜻해졌고
더 자신감이 있어졌고
어떻게 하면 더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소중한 인생을 더 반짝반짝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영어 공부도 다시 열심히 해야지.
나도 유럽의 한 국가에서 살아보고 싶다.
운이 좋다면 동네의 카페나 바에서 파트타임 잡을 구할 수도 있겠지?
나에게 이런 영향을 주는 친구가 가까이에 없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독일에 언제 놀러 올 거냐는 친구의 물음에
선뜻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5~6월 베를린 날씨가 그렇게 좋다는데.
갈까?
회사 그만두고?
다시 꿈꾼다.
나의 멋진 항해.
멋진 사람 주변에는 역시 멋진 사람들이 많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회사의 부장까지 갔던 언니가
자신의 부족한 스킬을 보완하고자
한국에서 쌓은 모든 걸 두고
MBA를 위해 스톡홀름에 간 이야기 하며,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이 가능한 나이를 넘기기 전에 호주에서 외국 경험을 한 번 해보겠다고
매일 출근 전 새벽에 영어 과외를 한다는 나와 동갑인 분.
내 인생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투자는 사실 투자도 아닌데
나만 너무 타성에 젖어 안주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치겠다.
빨리 뭐라도 해야겠어.
이렇게는 안된다.
안달이 난다.
나도 내 인생을 더 예쁘게 갈고 닦아서
내 친구가 자랑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될거야.
시간을 들여 차분하게,
곰곰히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그리고 이 친구가 떠나기 전에
어떻게해서든 한 번이라도 더 볼 궁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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