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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여우가 하는 일

[2022일기]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는 것(feat. 서른의 시간)

by 새끼여우W 2022.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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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9일 수요일
2022년 1월 19일 수요일

시간의 흐름

전일 내가 겪은 일을 바탕으로
점심시간 카페에서 동료들과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일 짧게라도 인생을 기록하면
기억하는 것도, 떠올리는 것도 쉽고,
훗날 기록을 펼쳐봤을 때
마치 제 3자가 쓴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상황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도 있음과 동시에
사실 내가 직접 겪은 내 이야기임에도
읽는 재미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다들 공감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0대 때는 하루하루 특별한 이벤트들이 많아서
시간도 느리게 가고,
기록할 것들도 많았는데
성인이 되고 직장인이 되고 나니
하루하루가 단조롭고 특별할 것이 없어서 기록할 것도 없고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런가?
한 때는 나도 이런 의견에 동의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시간이 내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꼈고,
그 원인이 '이벤트'의 유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물론 시간이 빨리 가기는 하지만
업무시간에는 적당히 바빠서 시간을 빠르게 보내고
평일 업무 외 시간은 지금처럼 글도 쓰고,
영어 회화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알차게 보내다가
주말에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는 좋다.
시간이 과하게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지도 않다.
역시 '이벤트'의 유무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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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가 없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와
이벤트가 있다고 생각하는 현재의 나에게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일과 내 인생을 대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나는 매일 챌린지를 수행하듯
그날그날의 업무를 수행하고,
또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이게 잘 된 날은 나 자신이 예뻐 죽겠고 뿌듯하다.
이것이 나에게는 특별한 이벤트다.
특별한 이벤트가 될 만큼 업무량이 많고
마인드 컨트롤은 쉽지 않다.

현재의 나는 내 인생을 과거보다 더 사랑한다.
내 인생을 떠올리면
맑음, 사랑스러움, 반짝반짝 같은 단어들이 떠오를 만큼
나는 내 인생이, 내가 좋다.

그래서 매일 기록하고 싶은 것들이 넘쳐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도 넘쳐나서
지루하고 단조로울 새가 없다.
시간의 흐름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고 있고,
인생을 채워가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요즘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신 '그럴 수도 있지' 쪽으로 생각하려 하는데
오늘 회사에서 막내가
내 기준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실수를 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지?'를 지우는 게 쉽지 않았다.

기획안대로 시안이 구현되었는지 체크하는 일을 맡겼는데
기획안과 다른 부분이 스무 군데는 족히 있는데도
일주일이 넘도록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최종 작업이 착수되어 1차 결과물이 나와서야,
그것도 내가 확인해서 알게 되었다.

듀얼 모니터에 각각 기획안과 시안을 띄워놓고
틀린 그림 찾기를 하듯 단 몇 분만 들여다봐도
눈에 그냥 보이는 것을
왜 못 봤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데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내가 봐온 우리 막내는 책임감이 있는 친구였으니까
한 번 주의를 주고 더는 같은 말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신 나는 내일 출근해서
상사들에게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일을 해야겠지만
이게 내가 해야 되는 일이겠지?

퇴근 이후 진짜 인생

퇴근 1시간 전에 발견한 막내의 실수로
퇴근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나 좋으려고 일을 하는 거고,
내 기분은 내가 결정하는 거니까
퇴근길에 마스크 안으로 긍정적인 말을 읊조리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그리곤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고 영어 회화 연습을 하려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읽고 있던 책을 펼쳤다.

조금만 읽으려고 했는데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결국 다 읽어버렸다.
영어 회화 연습도 30분 시간 맞춰서 했다.
영어 회화 연습을 끝내자마자 남자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40분간 통화도 했다.
그리고 샤워 후 시간이 늦어 그냥 자려다가
글을 쓰고 자고 싶어 이렇게 일기도 쓰고 있다.

퇴근 이후 꾸려가는 진짜 내 인생이
참 좋다.

아직 며칠 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왠지 모르게 기운이 좋게 느껴진다.
일도 사랑도, 그리고 취미도
다 잘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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