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케 압화 액자 선물을 결심하다
"부케를 받고 6개월 안에 결혼을 못 하면
앞으로 3년 동안 결혼을 못 한다."
부케와 관련된 이런 오래된 속설? 미신? 이
부케 받는 사람을 참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 때문에 신부 입장에서
선뜻 부케를 받아달라고 부탁하기 힘든 부분도 분명 있을 거고요.
그러나 저는 당장 결혼 생각이 없음에도
"좋은 기운과 행운을 나눈다"라는
부케의 의미만을 생각하며
선뜻 23년 지기의 부케를 받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리고 그 답례로
친구가 일생에 한 번뿐인 그녀의 결혼식을
마음 한편에 기억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부케 압화 액자를 만들어 선물하기로 결심합니다.
하필 왜? 부케 압화 액자?
정성껏 말린 부케를 태우고 싶지는 않았고
부케를 말려서 돌려주고 싶었어요.
말린 부케를 투명한 유리돔에 조명과 함께 넣어 만든
부케 무드등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먼지가 쌓이고 신혼집 인테리어와도 어울릴지 몰라
혹여나 나중에 처치 곤란이 될까 봐 싫었어요.
말린 부케를 넣어 만든 부케 캔들은
그런 걱정은 없었는데
캔들을 다 쓰고 나면 없어진다는 게 싫었어요.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에
저한테 부케 압화 액자 광고가 뜬 거예요!
그날의 기억을 되새길 수 있으면서
벽에 걸 수도 있고, 탁자 위에 올려둘 수도 있는
부케 압화 액자가 딱이겠다 싶었죠.
부케 액자 종류 3가지
①입체감이 살아 있는 부케 액자
부케를 해체한 다음
해가 들지 않는 곳에 거꾸로 매달아 말렸다가
다시 조립해서 액자 유리 "위에" 붙인 액자에요.
개인적으로 예뻐 보이지 않아서
고민 없이 패스했어요.
②부케의 원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부케 압화 액자
부케를 해체 후 말 그대로 "압축해서" 말리고
원래의 형태를 살릴 수 있게 재조립해서
액자 "안에" 넣은 액자에요.
흔하지 않으면서도 예쁘고 특별한
위 형태가 저의 워너비였습니다만,
부케 압화라는 작업이 후기를 조금만 찾아봐도
굉장히 고난이도더라고요.
압화 해서 말리는 작업 자체도
꽃을 거꾸로 매달아서 말리는 작업 난이도와는 차원이 달라 보이고,
꽃을 말리면 기존의 색감이 날아가기도 하거니와
"압화"를 하게 되면 꽃잎이 머금고 있는
수분이 잘 날아가지 않아서
썩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그래서 업체에 작업을 맡기려고 했어요.
저는 부케 압화 액자를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업체가 꽤 있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가격.
가격이 상당했습니다.
결혼식 직후 부케를 보내는 퀵비 제외
약 50만 원 선이었어요.
23년 지기에게 50만 원은 전혀 큰돈이 아니지만
그 50만 원으로 실용적이지 않은 액자를 구매한다는 게
싫었어요.
③부케를 압화 하여 재구성한 액자
현실적인 문제로
워너비였던 부케 압화 액자를 포기하려니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부케를 해체 후 압화하고,
살아남은 꽃,
그러니까 예쁘게 잘 마른 꽃을 재료 삼아
수를 놓듯 꽃잎을 재구성해서 넣은 액자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부케 압화 액자 만들기
부케를 보자마자 '헉!' 했어요.
왜냐하면 꽃잎이 얇고 많은,
압화 하기 어려워 보이는 꽃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기 때문.
수분을 날리기 위해
부케를 받고 2~3일 정도 그늘에 두었다가
날을 잡고 해체를 시작합니다.
먼저 부케를 구성하고 있는 꽃을
일일이 해체 후 종류별로 꽃을 분류했어요.
대부분의 꽃은
꽃받침 아랫부분을 손으로 잡고
꽃을 180도로 펴준다는 느낌으로 분리했어요.
꽃이 두껍고 꽃잎이 겹겹이 많은 장미는
꽃잎을 일일이 떼어내기도 했어요.
그러고는 수학의 정석, 중학교 졸업앨범까지 꺼내
종이 포일을 깔고 꽃을 최대한 잘 펴서
종이 포일 속에 안~착!
어떤 꽃이 재료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하게,
그리고 가짓수를 많이 만들려고 했어요.
꽃이 생각보다 두껍길래
얇게 압화 하기 위해 수학의 정석과 졸업앨범 위에
무거운 집기들을 올려두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3-4시간 정도가 걸렸어요.
꽃이 말라가는 동안
다이소에서 액자를 쇼핑했어요.
없는 게 없는 다이소!
액자 종류도 굉장히 다양했는데
위의 액자가 크기도 적당하고
디자인도 어느 인테리어에나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유리 액자가 아니라 아크릴 액자라서
가볍고 깨질 위험도 없어서 오히려 좋아!
가격은 3,000원!
약 10일에 한 번씩 종이 포일을 갈아주고
3~4주 정도를 말렸는데도
수분이 많은 꽃은 전멸.
전부 썩어서 아예 쓰지 못했어요.
그래서 색도 모양도 예쁘게 마른
세 가지 종류를 가지고,
보관하고 있었던 청첩장과 함께 재구성했습니다!
액자 안에 샘플로 들어있던 종이가
비침도 없고 짱짱하길래
그 종이를 도화지 삼아,
꽃잎은 다이소에서 1,000원 주고 산 목공 풀로 붙였어요.
이 과정에서 2시간 소요.
쓸 수 없었던 NG 컷들
꽃잎이 크고 색깔도 예뻤는데
얇고 수분이 가득해서 가장 먼저 썩어버렸던 꽃.
군데군데 썩었거나
찌그러진 채로 말라서 안 예뻤던 꽃.
꽃잎이 책 사이에 찌그러진 채로 들어가
모양이 예쁘지 않았던 꽃.
맨 위에 잠자리 날개처럼 마른 꽃은 예뻤는데
쓰지는 않았다.
처음에 보고 이런 꽃이 있었나? 했다.
분홍색 예쁜 장미였는데
꽃잎을 일일이 분리해서 말렸더니
색도 바라고 무늬도 징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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