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이유
상대방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나다운 동시에 편해서,
안정감을 느껴서,
상대방을 보고 배울 점이 많아서,
상대방에게 영감을 얻고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함께 발전할 수 있어서.
그래서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커플을 만났다.
그들의 결혼식
남들 하는 대로,
적당히 구색 맞춰 하는 그런 결혼식 아니라
작은 부분에까지 하나하나 의견을 담아
그들의 색깔을 너무나 잘 담고 있었던,
특별했던 결혼식.
포토부스도,
식전 영상도,
신랑 측 아버지의 주례사와
신부 측 아버지의 덕담,
식중 영상,
신랑 측 학창 시절 친구들의 축가,
신부 측 오랜 친구의 축사까지
한 편의 풍성한 콘텐츠처럼 아름다웠다.
그들의 약속
신랑은
마음이 여려 상처를 잘 받는 신부를 위해
다정하게 말하려 노력하겠다고,
일상을 공유하는 걸 소중한 가치로 두는 신부를 위해
퇴근 후 그날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이야기하겠다고 약속했다.
모두 신부가 결혼을 앞두고
이 결혼을 진행함에 있어 고민된다고 했던
두 가지 포인트였다.
그 고민이 정확하고 다정하게 반영된 약속에
나는 뭉클했다.
신부는
감정 기복이 심한 자신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신랑을 위해
짜증 내지 않는 말투를 사용하려 노력하겠다고,
조기축구를 취미로 하는 신랑을 위해
2주에 한 번은 자유롭게 조기축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이 역시 신랑의 고민이 반영된 약속이겠지.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커플의 모습이었다.
그들의 부모님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신부 측 아버지의 덕담이었다.
부모의 마음은 이런 것이구나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던 시간.
딸아이에 대한 첫 기억을
태어나던 그 순간으로 꼽으신 부분을 들으며
나에게는 없는 그 기억이
나의 부모님에게는 정말 크고 소중한 것이겠구나를 느꼈다.
혼자 알아서 잘하는 딸아이를 기특해 하면서도
장녀라서 기특하다는 말 한마디가 아닌
부족한 점을 더 채우라고 채근하셨다는 말씀을 들으며
이해가 되면서도 씁쓸하고 슬펐다.
그 말씀을 듣는 신부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고,
나는 뭉클했다.
먼저 작고하신 어머님이
미래의 사위와 딸에게 남기셨다는 말씀도
충격적이었는데,
사위에게는 따뜻한 밥 한 그릇 지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딸에게는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부모의 마음이란 그런 것일까?
언뜻 생각하기에는 고맙고, 사랑하고,
내가 없어도 울지 말고 씩씩하게 잘 지내라고...
그런 말들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그저 먼저 가서, 더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한 거구나
부모의 마음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마치 한 조각의 퍼즐처럼
제 짝을 만났다는 느낌이
이토록 강하게 드는 커플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서로에게서 안정감을 찾는 것 같은.
끊임없이 무언가 굉장히 생산적이고 영양가 있는 것들을
주고받는 듯한.
서로가 뭘 필요로 하는지
서로 너무 잘 알고 있고 그걸 기꺼이 줄 마음이 있는.
4년의 연애 기간 동안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고 했을 때는
결혼은 또 다른 거라고들 하더라 했는데
결혼식을 보고 의심할 여지 없이 잘 살겠구나 싶어서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행복하세요 두 분.
이렇게 예쁜 날 초대해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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