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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여우가 하는 일

[회사생활/마음가짐] 광고회사 AE가 되고 싶은 사회초년생들에게

by 새끼여우W 2022.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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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다음의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저의 경험과 생각에 기반한 것임을 밝힙니다.

 

광고회사 AE 사회초년생들에게
광고회사 AE 사회초년생들에게

 

저는 광고회사에 다닙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외부적으로 비치는 저의 직업은 광고회사 AE이고,

내부적으로는 퍼포먼스 마케터로서 온/오프라인 광고부터 매출, 유통, 제조, 판매까지

오직 '퍼포먼스'라는 기준을 가지고 전방위적인 시선으로 일합니다.

그렇게 일을 한 지 2022년 1월 기준으로 정확히 만 6년,

7년 차가 되었습니다.

 

공공연하게 아시겠지만 광고회사는 비교적 평균 근속연수가 짧습니다.

과도한 업무량과 무분별한 업무범위, 살인적인 업무시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러다 보니 만 6년 동안 많다면 많은 사람들을 겪었고,

그 사람들과 함께 크고 작은 굴곡들을 지나오면서 느낀 것들의 일부를 앞으로 기록하고자 합니다.

흔히 광고쟁이라 불리는 광고회사 AE를 업으로 삼고 싶어 하는 사회초년생들에게

이런 회사생활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지하철 전동차 내 음성광고
지하철 전동차 내 음성광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광고회사 AE의 업무량과 업무범위라 함은 한계가 없습니다.

광고회사의 수익모델은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의 일을 대신해주고 받는 수고비입니다.

수익이 많은 회사일수록 요청받은 다른 사람의 일이란 것을 꼼꼼히 검토하여

대신해줄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을 테지만

수익이 적은 회사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심지어 당장 손해를 본다 한들 이를 감수하고 일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뒷감당은 온전히 광고쟁이의 몫이죠.

이는 AE든 아트든 마찬가지일 겁니다.

 

버스 쉘터 광고
버스 쉘터 광고

 

또 한 가지,

광고회사 AE는 매입/매출 세금계산서가 누락되지 않도록 체크하는 일도 하기 때문에

광고 대행업으로 벌어 온 매출이익을 확인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확인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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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매달 본인이 회사에 기여한 매출이익액을 마치 성적표처럼 받아보게 되고,

실제로 이는 인사평가에 반영되는 중요한 지표가 되며

연차가 쌓일수록 회사로부터 매출이익에 대한 압박을 받게 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의 규모나 전체 수익과는 무관하게

소속된 본부나 팀의 수익이 적다면

역시 앞뒤 가리지 않고 일을 해야 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보통 광고회사 AE의 급여는

제공하는 노동 대비 적습니다.

 

투척용 소화기함 조명광고
투척용 소화기함 조명광고

 

그렇다는 것은 여러분의 회사생활이 어떨지

입사해서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광고회사에 발을 들이느냐에 따라

근속연수에 차이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근속연수 2년 이상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눈에 보이는 결과물에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 과정은 험난하였으나 내가 기획한 광고가 릴리즈 되었을 때의 짜릿함, 자랑스러움,

그리고 내가 회사에 벌어다 주는 이익의 크기로 느끼는 자부심, 우월감, 등등.

각오한 것보다 더 힘든 일일지라도 여러분이 결과에서 진심으로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환영합니다. 잘 오셨습니다.

 

지하철 전광판 광고
지하철 전광판 광고

 

둘째, 가스라이팅 당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광고회사에 발을 들이실 생각이라면, 부디 자존감을 키우시고 소신을 가지십시오.

광고회사의 업무 강도와 그 대가는 정상인이라면 어쩌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만큼 비합리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명 '광고 뽕 맞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제정신으로 버티기 힘든데,

이들의 이탈은 곧 남은 자들의 고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이들을 잡아두기 위해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존재합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것을 알고 하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힘들어도 해야 한다',

'네가 나약해서 힘든 것이다',

'다른 회사는 더 힘들다',

'여기서 못 버티면 다른 데서도 못 버틴다',

'너는 회사의 마이너스다' 등등

제가 6년간 보고 듣고 겪은 가스라이팅은 마치 노예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교도관과 같이 느껴졌습니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히고 정신적으로도 예민할 때에

이와 같은 채찍을 맞으면 제정신을 차리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1년, 2년이라는 시간이 쌓이고

쌓인 시간과 실력이 아까워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마는 것이죠.

 

그래서 광고회사 AE를 업으로 선택하시고 싶다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명확히 파악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막연하게 연예인과 광고 촬영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TV에 나오는 광고를 보며 "저거 내가 만든 거야"라고 우쭐대고 싶은 마음이시라면

시간 낭비하기 전에 보다 심사숙고하십시오.

여러분의 시간과 체력, 멘탈, 그리고 젊음은 소중합니다.

 

체력이나 정신력이 한계까지 몰리는 상황에서

노력하여 결국에는 어떻게든 아등바등 살아남는 데서,

내 인생에서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데서,

그리고 그 끝에 얻어지는 그럴듯한 결과물을 보는 데서 얻는 기쁨이 크시다면

광고회사에서도 행복을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계시든,

저는 여러분을 응원하고 여러분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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