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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여우가 가는 곳

[스페인 여행/후기] 여자 혼자 스페인 여행_D+3 가우디투어(오전)

by 새끼여우W 2020.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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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 가우디투어
D+3 가우디투어

D+3

중학교 2학년 미술시간.

가우디에 대해 배운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특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 가족성당, 가우디 성당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 가치는 하나로 통하는 그곳.

미술 선생님께서는 미술 교과서 속 성 가족성당 가장자리를 연필로 그려보라고 하셨습니다.

성 가족성당의 사진을 눈으로 그저 보기만 해서는 그 가치를 일부도 알 수 없다던 선생님 말씀을 들으며 열심히 스케치를 했던 그날, 언젠가 내 눈으로 저 성당을 보고야 말리라 다짐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는 정말로 바르셀로나에 와있었고 가우디 투어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종일투어를 신청한 만큼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투어 일정에 혹여나 늦잠이라도 잘까 긴장한 탓에 지난밤 잠을 깊게 이루지 못했습니다.

새벽에 몇 번이나 자다 깨다를 반복해놓고선 정작 알람을 무음으로 설정하는 바람에 원래 일어나려 했던 시간 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긴장한 덕분에 투어 시간에는 늦지 않게 준비하고 나갈 수 있는 시간에 눈을 떠서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가우디 투어 가이드를 만나기로 한 Fontana역에 일찍이 도착했습니다.

역 앞에 투어 가이드 한 분이 서계시기에 제가 투어를 신청한 투어 회사의 가이드가 맞는지 물었는데 아니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말을 건 제 모습이 저도 낯설어 웃음이 나고, 한창 출근길에 있는 스페인 사람들도 낯선듯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해 배가 고파 역 근처의 베이커리에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하루 동안 저의 가우디 투어를 도와주실 가이드님께서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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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 체크를 하고 잠시 역 앞 벤치에 앉아 함께 투어를 하게 될 사람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신혼부부, 연로한 부모님이 속한 가족여행객, 동성친구들, 그리고 혼자 여행객도 몇 명 눈에 띕니다.

한국에서는 제가 여행했던 시기가 여행 성수기는 아니었어서 혹여나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이 적어 투어가 취소될까 걱정을 하기도 했었는데 기우였습니다.

재잘재잘 여행에 대한 기대와 어제의 회상, 오늘의 컨디션 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약간의 외로움을 느끼려고 할 무렵 오디오 수신기를 배부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온 이어폰을 수신기에 연결한 후 가이드님께서 알려주시는 대로 수신기를 켰습니다.

수신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듣기 좋아 간밤의 피로와 배고픔도 잊은 채 흥이 납니다.

가이드님은 오늘의 투어가 '라디오 컨셉'이라고 말씀하시며 가을 아침과 잘 어울리는 아이유의 '가을아침'을 선곡해주셨습니다.

수신기를 연결하자마자 일말의 외로움이나 어색함 같은 것들은 사라졌고, 그저 이곳 바르셀로나의 좁은 거리에 나와 내가 아닌 사람들만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려오는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며 폰타나역에서 멀지 않은 작은 광장 같은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오늘 투어를 함께 할 사람들과 서로 인사를 하고 투어 개요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저의 가우디 투어는 시작되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스페인 국기겠거니 하면서 봐왔던 것이 사실은 카탈루냐 국기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스페인 사람들은 아침 식사로 카페 꼬르따도와 비키니를 먹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까사 비센스
까사 비센스

수많은 가우디 투어 업체를 선정할 때 제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까사 비센스" 앞에 가서 욕실 타일을 건물 외벽에 붙이게 된 계기, 그 효과, 가우디의 건축 신념, 각 타일 무늬의 의미, 현재 까사 비센스의 소유주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설명을 듣곤 자유롭게 사진 찍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저처럼 혼자 여행중인 여성분께서 "혼자 오셨어요? 사진 찍어드릴까요?" 상냥하게 말을 건네며 먼저 다가와주셨습니다.

아직도 이 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 활동적이면서도 차분한 동행 덕분에 하루 종일 너무 즐겁고 행복하게 여행을 했거든요.

 

까사 비센스 외관을 둘러보곤 큰 길가로 이동하여 투어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비슷하게 설계되어 있는 거리들은 전쟁이 났을 때 적군들이 길을 헤매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신기했고, 그래서 전쟁이 나면 군인들은 제일 먼저 거리의 표지판들을 떼는 일을 한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다음 목적지는 구엘공원.

버스에서는 처음 건축될 당시 본래 구엘공원의 용도와 '공원'이 되어버린 현재에 얽힌 이야기, 구엘공원에 마지막까지 입주해있던 세 사람, 그리고 소매치기에 대한 주의사항을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며 한국에서부터 들었던 노래, 'Despacito'가 수신기에서 흘러나와 동행과 함께 한 번 더 흥을 돋웠구요.

 

구엘공원의 유료존 입구에서 하차하여 아치형 터널 같이 생긴 구조물이 무너지지 않고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비둘기 집이 된 사연 등을 들으며 안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구엘공원,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인 도마뱀 분수 근처에 모여 맞은편 건물 두 채의 본래 용도와 현재의 용도, 도마뱀 분수의 초기 모습과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된 이유, 도마뱀 분수의 각 요소 별 의미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중앙광장으로 향했습니다.

 

 

구엘공원 중앙광장 바로 아래, 구름을 본 떠 만든 천장
구엘공원 중앙광장 바로 아래, 구름을 본 떠 만든 천장

도마뱀 분수에서 중앙광장으로 이동하는 통로에서도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고민과 능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구름을 본떠 만든 천장과 파도에서 영감을 얻은 기둥, 그리고 빗물을 깨끗하게 활용할 수 있는 빗물정수시스템이 숨겨진 구조.

가우디 투어가 아니었다면 절대 알지 못하고 지나갔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구엘공원에서 이 통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구엘공원 중앙광장
구엘공원 중앙광장

중앙광장에 다다라 마저 설명을 듣고 1시간 ~ 1시간 30분 정도의 자유시간을 받았고,

구엘공원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의자에서 유연석처럼, 달리처럼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보니 여기가 운동장인지 구엘공원 중앙광장인지 모를만큼 휑하고 먼지바람이 너무 심해 도마뱀 광장에 사진을 찍으러 내려갔습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너나 할 거 없이 차례로 줄을 섰고, 도마뱀을 바라보는 방향에서 왼쪽에 서서 포즈를 취해봅니다.

도마뱀 분수 가까이에는 2명의 경호원이 있었는데,

분수를 받치고 있는 기둥 부분에 걸터 앉은 사람이 금세 경호원의 경고를 받습니다.

문화재 관리를 참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부러움이 생깁니다.

 

 

구엘공원 기념품샵 가는 길
구엘공원 기념품샵 가는 길

기념품샵에 들러 제게 인상 깊었던 타일조각 장식 마그넷과 구름을 본 떠 만든 광장 밑 통로 천장을 연상케 하는 마그넷을 구매했습니다.

타일조각 장식으로 만들어진 반지가 가지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에, 여행 직후에만 몇 번 착용하고 이후에는 착용하지 않을 것만 같아 아쉽지만 내려놓았습니다.

 

저와 동행 모두 아침 식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념품샵 맞은 편, 도마뱀 분수 좌측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크루아상과 오렌지주스를 주문했습니다.

크게 뭔가를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어느 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어 주문한 음식을 얼른 테이크아웃 해서는 서둘러 자유시간 후 모이기로 한 중앙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손에 짐이 많아 오디오 수신기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한 바람에 출석체크를 동행이 대신 해주었고, 가이드님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허겁지겁 크루아상을 먹고 빈 손을 만들고 나서야 수신기를 연결했습니다.

가우디가 실제로 거주했던 다소 평범해보이는 분홍색집에 대한 설명을 끝으로, 구엘공원 곳곳의 좌판에서 판매중인 에코백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동행과 함께 구엘동원을 떠났습니다.

 

크루아상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고 슬슬 체력이 달리기 시작할 무렵,

까사 바트요에 들렀습니다.

사실 스페인에 오기 전에 미디어를 통해 수차례 본 적 있는 건물이고, 전날 지로나에 가기 위해 기차역을 오고 갈 때 실제로도 이미 본 적이 있는 건물인데도 가이드님의 설명과 함께 찬찬히 하나하나 뜯어보니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내가 마주보고 있는 이 건물이 100년도 전에 지어져 각종 논란 속에서도 건재해왔다는 사실이 가슴 벅차게 느껴졌고, 카탈루냐의 전설이 녹아있는 지붕이 인상 깊었습니다.

까사 바트요 바로 옆 건물과 얽힌 스토리도 기억에 남습니다.

 

까사 밀라로 가는 길.

바르셀로나에 온 지 3일차지만 거리를 걸으면서 자주 봤던 la Caixa 은행의 로고를 달리가 디자인했다는 사실, 내가 걷고 있는 바르셀로나 신시가지 보도블럭을 가우디가 모두 다른 모양으로 디자인했다는 사실이 저를 그야말로 유럽 속에 있게 했습니다.

도시 전체가 미술관 같은 바르셀로나의 매력에 빠져 버렸어요.

 

까사 밀라에서는 방공호라고 혹평 받았던 창문과 건물 상단에 조각되어 있던 알파벳 'M'에 얽힌 이야기,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캐릭터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지붕 위 조각, 그리고 스페인의 건축법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4시간이 넘는 가우디 투어 1부 일정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제 바르셀로네타 해변으로 드디어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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