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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여우의 즐거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서울 vs. 내한공연 비교 후기(스포 없음)

by 새끼여우W 2023.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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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내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후기
내돈내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후기

3년 전인 2020년,
한강진 블루스퀘어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을 보고
한동안 감성에 젖어있던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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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소설 오페라의 유령도 다시 읽어 보고,
공식 발매된 오래된 음원들도 듣고 또 들으면서
뮤지컬 팬텀도 제가 참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확실히 오리지널의 넘버가 좋긴 좋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자막 없이는 원어를 100% 이해할 수 없었다는 점과
오페라 극장의 지하에서
햇빛 한 줌 보지 못하고 살아온 유령 치고는
풍채가 참 좋았던 배우님의 모습에
몰입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던 점이랄까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샤롯데씨어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샤롯데씨어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서울 공연
그때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해소해 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어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넘버와 무대를,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전동석 배우님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니.
예매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티켓팅?
피 튀겼습니다.
게다가 공연비는 왜 이렇게 오르는지.
R석인데도 무려 16만 원...!
*예매수수료 별도

 

그래도 "오페라의 유령"이니까,
"전동석" 배우니까
하면서 어찌어찌 C구역 19열 자리를 사수했습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포토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포토존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추가 티켓팅은 하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좋았던 점도 분명 있었지만
아쉬움이 상당히 커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판 공연은
더 이상 티켓팅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한공연은 꼭 다시 보고 싶어요.

 

좋았어요
  • 무대 연출

무대 연출이 좋았습니다.
이미 내한공연을 한 번 봤는데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했던 연출도 꽤 있었고
화려한 불꽃 등 디테일한 연출이 화려하고 실감 났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①유령의 목소리
공연장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를 옮겨 다니며 들려오는 연출!

 

제가 앉은 19열 위에 천장이 있어서
공연을 보기 전에는 이 천장이
공연 관람에 방해가 될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웬걸, 방해라고 느꼈던 순간은 없었고
오히려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를 옮겨 다니며
들려오는 유령의 목소리 덕분에
굉장히 실감 나고 극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출은 몇 번을 맞닥뜨려도 소름이 돋았어요.
천장이 있어야 이렇게까지 인상 깊을 듯!

 

더불어 ②천장에 매달려 있던 천사 조각 위에
유령이 앉아 있는 연출!
생각지도 못했고 정말 깜짝 놀라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제 옆에 계신 분은 나지막하게
'저기 있었구나'라고 소리 내시더라고요(?)

 

③가면무도회 장면(Masquerade, 마스커레이드)
이미 내한공연 때 인상 깊게 봤는데도
또 인상 깊었던 장면입니다.
정말 화려하고 멋졌고,
꿈속에서만 보던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느낌이었어요.
이 장면은 또 보고 싶어요(ㅎㅎ)

 

  • 캐스팅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캐스팅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캐스팅


오페라의 유령이 처음 등장하는 씬에서

순식간에 샤롯데씨어터를 가득 채우는
전동석 배우님의 목소리 덕분에
씩,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고막이 호강하는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전동석 배우님만 보고 예매했지만
관람하는 내내
'크리스틴 역할 배우분 노래 정말 잘 부르신다'라고
생각했어요.

 

전동석 배우님 발성이 워낙 크고 웅장하셔서
함께 노래 부를 때 목소리가 묻히지 않는 배우가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심지어 유령, 크리스틴, 라울
세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데도
어느 누구도 묻히지 않고
균형 잡힌 크기와 음률로 노래하는 배우님들을 보면서
캐스팅 정말 잘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전동석 배우님의 목소리와
웅장한 악기 소리를 시원시원하게 뚫고 나오는
크리스틴 다에 역의 배우님 목소리가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찾아보니
송은혜 배우님이시더라고요.
예전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나오시는 모습을 보며
얼굴도 예쁘신데
노래도 잘 부르시고 연기력도 좋다고,
다 가졌다고 생각했던 배우님이셨어요!

 

전동석 X 송은혜 X 황건하 페어
추천합니다.

 

  • 넘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넘버가 얼마나 좋은지는
두말하면 입 아프죠.
역시 너무 좋았습니다.

 

아쉬웠어요
  • 넘버 가사 번역

바로 직전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넘버가
너무 좋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가사 번역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물론 최선을 다한 번역이라고 생각해요.
대안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워낙에 오래되고 유명한 넘버들이라
더 귀에 날카롭게 박혔는지도 모르겠어요.

 

서정적인 음률 위의 think of me
'생각해'로,
유령의 절규에 가까운 sing!
'노래해!'로 직역한 부분을 들을 때는
조금, 아니 많이 어색함을 느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 중간중간
오페라의 유령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영어로 "the phentom of the opera!" 하고 소리치는 장면들
상당히 어색하고 뜬금없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
그리고 이전의 다른 뮤지컬 작품들을 봤을 때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는데,
넘버 자체는 너무 좋은데
한국어 직역 가사를 입으니
상황이나 장면, 연기 등이
전체적으로 어색하고 작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자연스럽지 않고 아주 꾸며진 장면 같은 느낌이요.

 

  • 부산스러운 무대

이 부분은 저도 왜인지 모르겠는데
샤롯데씨어터에서 다른 작품들을 관람했을 때는
무대가 좁다고 느껴본 적 없었는데
이번에 무대 좌우를 좁게 쓴 건지 뭔지
무대가 좁게 느껴지고
전체적으로 다소 부산스럽고 정신없다고 느꼈어요.

 

나중에 인스타그램에서 후기를 찾아보니
딱 저와 같은 느낌을 느끼신 분이 계시더라고요.
왠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저만 느낀 건 아니라는 점!

 

  • 연출

앞에서는 무대 연출이 좋았다고 해놓고
뭔가 싶으시죠?

 

내한공연 때는 공연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몰입도도 컸고
완전히 푹 빠져서 봤는데,
이번에는 뭐가 문제였는지는 몰라도
①전체적으로 극의 흐름이 지지부진해서
지루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개연성 설명이 아주 자세한 것도 아니라서
내용을 모르고 봤으면 이해가 안 될 장면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특히 ②크리스틴이 오페라의 유령을
왜 '음악의 천사'라고 생각했는지에 대한
서사에 힘을 실어주는 장면들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유령이 크리스틴의 노래를 지도하는 장면은
뮤지컬 팬텀에만 있는 장면이었던가요?

 

③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서사 역시
잠깐 언급이 되고 마는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탄생한 배경이 담긴
중요한 서사라고 생각해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껴져 아쉬웠습니다.

 

덧붙여 제가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동안
오페라의 유령이 가면을 벗고 있는데
분장과 메이크업으로 어차피 배우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 데다
④분장이 많이 기괴하고 흉측해서,
(이 부분은 연출이 잘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몰입에 방해가 되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이 너무 막무가내고
악역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그것을 의도했을 수 있으나
제가 기억하고 마음에 담고 있던 서사와는 달라서
당황스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 매너가 참 아쉬웠는데요.
곳곳에 헛기침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
휴대폰 사용하는 사람이
제 좌석에서만 여러 명 있었고
하필이면 제 앞에 앉은키가 큰 남성분이 앉으셔서
이미 무대의 1/3이 보이지 않았는데
15초에 한 번씩 머리를 움직이셔서
정말 정말 크게 방해가 되었습니다.

 

키는 별로 안 크신 것 같은데
앉은키가 크시고 안경을 쓰셨던 더벅머리 남자분.
저도 따라서 머리를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 티켓값의 1/3을 변상해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어요.

 

역시 오리지널은 오리지널인 이유가 있구나,
넘버도, 무대도 넘사벽이다,
그런 생각을 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서울 공연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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