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놀이는 가고 싶지만 여의도처럼 사람이 너무 북적이는 곳은 싫었던 저는 서울 근교 인천의 숨은 벚꽃 명소, [강화 고려궁지]를 찾게 되었습니다. 숨은 명소답게 후기가 비교적 적고 얼마 없는 후기에서도 북적이는 인파는 찾을 수 없어서 기대를 잔뜩 안고 있었는데요. 강화 고려궁지에 가서 벚꽃은 실패하고 맛집만 성공한 후기를 공유합니다.
처음 들어본 강화 고려궁지
숨은 벚꽃 명소를 찾다가 알게 된 강화 고려궁지는 저에게는 낯선 곳이었습니다. 옛 고려 시절 몽골군의 침입을 피해 수도를 잠시 강화로 옮겼는데, 그때의 궁터가 남은 곳이 바로 고려궁지라고 하더라고요. 역사적인 의미가 깊은 곳인데, 더군다나 벚꽃으로도 유명하고 사람이 많지도 않다니 안 갈 이유가 없었죠.
사실 제가 사전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고려궁지는 유명한 벚꽃 명소처럼 여러 그루의 벚꽃 나무가 화려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사진으로 보니 고즈넉한 옛 궁터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벚꽃나무 "한 그루"가 어찌나 아름다워 보이던지요. 그 한 그루를 보기 위해 저는 고려궁지를 방문했습니다.
고려궁지를 끼고 강화 고려궁지 벚꽃길이라 불리는 길이 있긴 했으나 여의도나 양재천처럼 유명한 벚꽃길에 비하면 길이 좁고 벚꽃이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았어요. 여기저기 만발한 벚꽃을 기대하며 고려궁지를 알아보신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의미 없는 벚꽃 개화시기
제가 강화 고려궁지를 방문한 날은 지난 주말, 2023년 4월 1일 토요일이었습니다. 전에 없던 이상고온 현상으로 4월 8일에 개화한다던 서울의 벚꽃은 당시 진작에 만개한 상태였고, 업데이트된 인천의 개화 시기가 4월 3일이었으니 4월 1일쯤이면 강화 고려궁지 벚꽃도 개화를 했을 것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이게 웬걸? 강화문학관에 주차를 하고 강화 고려궁지로 올라가는 길에 개나리며 벚꽃이 피어 있어서 기대를 품고 맞이한 강화 고려궁지는 '허허벌판'이었습니다. 기대와 달리 너무나 삭막하고 앙상한 고려궁지였어요... 강화 고려궁지 벚꽃길 역시 멀리서 올 정도로 화려하지는 않아서 실망이 컸습니다. 한옥과 돌담 사이 피어 있는 꽃을 구경하려거든 경복궁이나 봉은사를 갈 걸 그랬다 싶었어요.
재방문 의사
실망이 컸던 강화 고려궁지였지만 벚꽃이 만개하거나 녹음이 푸릇푸릇 한 여름에 방문했다면 좋았을 거예요. 매일 쉽게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기 때문에 조만간 재방문을 마음 먹지는 못하겠지만 언젠가 다음을 기약하고 싶은 곳이긴 했습니다.
강화 고려궁지 입장료는 무료였고, 주차는 근처의 공영주차장이나 강화 고려궁지 입구 앞 주차장을 이용하면 됩니다. 주말에는 강화문학관 주차장 이용도 가능했어요. 저는 4월 3일 토요일 오후 3시 기준 주차 자리를 찾으려고 약 20분 정도 헤맨 것 같은데 오후 5시쯤에는 빈자리가 많았어요. 여름에는 5시에도 밝으니까 아예 느즈막이 여유 있게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요.
도보 3분! 강화 고려궁지 맛집
강화 고려궁지 벚꽃은 실패했지만 미식 여행까지 놓칠 수는 없죠! 강화도 묵밥이 유명하다는 말을 들었고, 마침 강화 고려궁지에서 도보 3분 이내 거리에 묵밥 맛집, [왕자정묵밥]이 있어서 방문했습니다. *내돈내산
벚꽃은 피지도 않았는데 날씨는 덥다고 느낄 만큼 포근해서 냉 묵밥 먹기 참 좋았어요! 저는 묵밥과 묵전을 주문했습니다.
냉 묵밥_9,000원
묵전_9,000원
함께 나온 육수를 부어 먹는 묵밥. 따뜻한 공깃밥도 함께 나와 말아 먹으면 되는데 저는 배가 안 고프기도 했고 묵밥을 차갑게 먹고 싶어서 밥은 먹지 않았습니다. 도토리묵을 좋아한다면 시원하고 호불호 없는 다소 평범한 맛이었습니다. 가격은 다소 비싸다 싶기도 하지만 관광지인 것을 고려했을 때는 납득이 가기도 했습니다.
보통 묵밥 파는 집에는 메밀전병이 있을 것 같은데, 왕자정묵밥에는 메밀전병 대신 '묵전'이 있었습니다. 묵전? 쉽사리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지만 먹어보고 싶어서 주문을 했습니다.
그 결과 일단 비주얼은 성공! 뜨끈한 스테이크 철판에 나온, 바삭해 보이는 얇은 묵전은 향이 너무 좋았어요. 서둘러 맛을 보니 세상에, 왜 이제껏 이 맛을 모르고 살았을까요? 처음 먹어보는 듯 익숙한 맛이었는데, 입안에서 느껴지는 향이 너무 좋아서 따로 간장을 찍어 먹지 않아도 묵전 그 자체로 너무 맛있었어요. 평범했던 묵밥에 비하면 묵전은 아주 특별한 메뉴였습니다.
번외로 밑반찬 중 위 사진 기준 우측 상단에 있는 두부김치가 별미였습니다. 부추가 들어간 건지 살짝 푸른빛이 도는 두부였는데 맛도 향긋했고 김치와의 궁합도 좋았습니다. 배가 고팠다면 리필을 요청드리고 싶었을 정도!
마치며
인생은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한쪽 문이 열린다고 하죠. 서울 근교의 숨은 벚꽃 명소로 벚꽃 놀이를 하러 갔다가 벚꽃은 보지 못했지만 맛집을 발견해서 새로운 맛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근처에 한옥으로 지어진 성당도 있고, 그 유명한 카페 조양방직도 있어서 강화 고려궁지와 함께 묶어서 강화 여행 한 바퀴 어떠실까요? 저는 매우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특히 조양방직 카페가 정말 좋았는데, 추후에 조양방직 후기도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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